
“유토.”
“응?”
“안아줘.”
뜬구름 잡는 소리에 유토가 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텐의 표정을 잠시 살폈다. 갑자기?—얼굴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토는 순순히 텐을 향해 팔을 벌렸다.
텐은 천천히 유토에게 다가가 그 품속을 파고들었다. 두 몸이 밀착하자 피부를 통해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 소리가 처음에는 쿵, 쿵하고 안정적으로 뛰다가 조금 빨라졌다. 안정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지만, 이상하게도 텐은 그 소리를 들을수록 점점 편안해졌다.
유토가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텐의 얼굴을 살피려는 듯이 조금 움직이자, 텐은 유토를 더 세게 껴안았다. 그 작은 행동만으로도 유토는 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텐을 마주 안아주었다.
“이렇게 계속, 안아줘.”
말소리가 품속에 묻혀 어리광을 부리듯,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자신보다 조금 높은 체온이 전해지자 텐은 마치 이 영원히 이러고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 없겠지만.
유토는 여전히 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텐에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텐의 주변은 불안한 것들 투성이다. 제 양부(養父)도, 명예도, 지위도. 언제 떠올랐다가 언제 추락할 지 알 수 없었다. 그 생활 속에서 텐은 제게 유일하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텐이 ‘쿠죠’가 된 이후로 처음 맺은 인연이자, 이제는 제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연인인 사람.
쿠죠 텐이 모든 것을 잃어도 하가와 유토는 절대 쿠죠 텐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텐이 유토를 떠나는 일은 있어도, 유토가 먼저 텐을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우리가 이렇게 안고 있는 순간은 잡을 수도 없이 스쳐지나가는 찰나일 뿐이겠지만, 이 시간이 영원이라도 될 것처럼 안아줘.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한 채, 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토는 텐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텐의 등을 토닥였다.
텐은 영원을 믿지 않으면서도 영원을 바란다. 유토와 이렇게 껴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을 때면, 텐은 문득 그가 준 모든 것들은 영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