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L 드림입니다. 드림캐가 드림주보다 연상.
- 연애 전 상황입니다. 썸일까요?
하야미 카나데에게 렌 사아야는 무척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게 사아야는 프로덕션 내에서 활동하는 매니저였고, 마칭밴드 아이들이 사아야를 좋아했기에 누구든 사아야가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사아야는 마냥 다정한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언젠가 LIPPS가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할 때, 팬이라고 밝힌 누군가가 카나데에게 손을 뻗은 일이 있었다. 그 때 사아야는 손을 강하게 쳐 내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는 뭔데 손을 치고 난리야!”
“매니저입니다. 팬이시라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최소한 예의는 지켜주시죠. 가요, 여러분.”
차가운 말투에 팬 뿐만 아니라 LIPPS 멤버들도 크게 놀랐다. 단호한 걸음걸이와 뒷모습에 멤버들은 서로 눈을 맞추다 빠르게 사아야를 뒤따랐다. 팬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사아야는 그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에?”
“사아야,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괜히 저 때문에 놀라신 거 같아서요. 괜히 제가 나선 것 같기도 하고.”
“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샤-가 나서지 않았으면 우리 모두 무서워서 말도 못했을 거야. 그렇지 카나데 쨩?”
“그렇지, 마음 크게 쓸 필요 없어. 오히려 우리는 고맙다고 해야 하는 사람들인걸.”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살았다. 사아야는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모두에게 물었다.
“차 한 잔씩 드실래요?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럴까?”
“제가 사 올게요. 뭐 드실래요?”
멤버들이 마실 것을 주문할 때 카나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 사아야가 카나데에게 다가갔다.
“카나데 씨, 많이 놀랐어요?”
“응?”
“프로듀서님한테 허락 받고 같이 다녀올래요? 차에 있으면 더 불안하지 않겠어요?”
표정이 많이 어두웠나. 사아야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카나데를 보고 있었다. 그에 카나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면 사아야 따라 다녀올까?”
“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아야는 프로듀서에게 간단히 상황 설명을 하고 카나데와 함께 커피숍에 갔다. 그리고 멤버들과 함께 마실 다과를 사서 사무실로 돌아왔다. LIPPS 멤버들은 제각기 사아야가 팬이 한 무례한 행동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다른 신데렐라 걸즈 멤버들도 듣게 되었다.
“세상에, 다들 다친 곳은 없어요?”
“응, 괜찮아. 사아야가 있었거든!”
“사아야 씨가 큰 일 하셨네요.”
“아하하. 그렇지 않아요!”
그 와중에도 카나데는 사아야를 보고 있었다. 단호한 사아야 태도를 처음 보기도 했고, 카나데 표정도 살펴주는 모습에 다시금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언젠가 사아야는 카나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저는 생각 외로 꽤 심연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 당신이 그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누구나 말하지 않는 부분은 다 있는 거잖아요. 카나데 씨도 그렇고.”
사아야는 웃는 얼굴로 카나데를 보았지만 웃음에는 묘한 씁쓸함과 슬픔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카나데는 웃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사아야에게 손을 뻗었다. 흠칫 놀란 사아야였지만 손길을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팬 소동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카나데는 미나미와 함께 ‘Dea Aurora’를 결성하고 <Secret Daybreak>라는 노래를 냈다. 사아야는 뮤직비디오 촬영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Secret Daybreak를 듣고 있었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지겹지 않니?”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겹다면 카나데 씨가 더 지겨운 거 아니에요?”
“내가? 어째서?”
“어째서긴요. 제 노래 실력 카나데 씨가 제일 잘 알잖아요.”
“사아야가 흥얼거리는 소리는 괜찮아.”
“매니저 편 많이 들어주면 안 된다니까.”
그렇지만 카나데가 한 말이 기뻤는지 사아야는 배시시 웃었다. 카나데는 그가 웃는 모습에 또 한 번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래요? 라고 물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아야를 보고 카나데가 정신이 든 듯 흠칫 놀랐다.
“아, 미안.”
“왜 그렇게 쳐다보고 그래요. 솔직히 카나데 씨도 내 노래 마음에 안 들죠?”
“그럴 리가 없잖아.”
“아하하.”
“그러고 보니, 내가 사아야에게 그런 건 안 물어본 것 같아.”
“어떤 거요?”
“노래 어떤 게 마음에 들었는지.”
“아, 그러네요. 그건 그냥 제가 다 주절주절 이야기했구나.”
카나데와 사아야가 노래 이야기를 하기 전, 뮤직비디오 촬영부터 노래를 들을 때까지 사아야는 감동에 겨워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아야?”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런, 이런 완벽한 멜로디와 가사와 뮤직비디오 구성이 어디 있어요. 아, 진짜 Dea Aurora 어떡하지. 제가 너무 사랑하는 유닛이에요. 울래, 진짜.”
“아하하. 사아야는 정말 우리들을 좋아하는구나.”
미나미가 웃으며 하는 말에 사아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절주절 자기가 생각하는 것들을 늘어놓곤 했다. 하지만 거의 ‘정말 좋았어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못 들었지.
사아야는 카나데가 물어본 걸 생각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저는 누가 뭐래도 가사 좋은 노래가 좋아요.”
“가사?”
“왜 Secret Daybreak에 이런 가사 있잖아요.”
사아야는 운을 띄우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의 밑바닥에서 마음의 우리 속에서 애달픔만이 반복될 바에는 이 밤의 저 편까지 데리고 가 줘, 여기부터 쭉 더 멀리까지.”
사아야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카나데가 사아야 옆에 바짝 앉더니 어깨에 기댔다. 사아야는 놀란 얼굴로 카나데를 보았지만 이내 무릎 위에 얌전히 올린 손에 제 손을 포갰다.
“그 가사가 좋았어?”
“네.”
“왜?”
“음, 그냥 뭐랄까. 데리고 가 달라고 하는 그게 좋아요. 그냥 같이 모든 것들을 껴안고 나아갈 사람을 찾는 게 좋다고 해야 하나. 카나데 씨도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먼저 이렇게 해 달라고 하는 사람. 그런데 그 가사 딱 듣는데 왠지 카나데 씨 힘들면 내가 데려가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아.”
사실 일전에 카나데는 사아야에게 제 마음을 고백했다.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살펴주는 사아야에게 반했다며 고백한 터였다. 그래서 사아야는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이야기를 마쳤는데, 이렇게 손을 내어주니 카나데로선 좀체 진정되지 않았다.
“사아야.”
“네.”
“만약 내가 가사처럼 애달픔을 반복하는 대신 어디론가 데려가 달라고 한다면 정말 그렇게 해 줄 거니?”
“그럼요. 왜냐하면.”
당신을 좋아하니까. 사아야는 그렇게 말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카나데는 저도 모르게 사아야 손을 꼭 쥐었다. 사아야가 지은 예쁜 웃음은 언제까지나 카나데 옆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